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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크래프트 유닛을 손으로 직접 움직인다고? …테이블탑 미니어쳐 게임이 뭐지?[퇴근 후 방구석 공방]

이승환 기자
입력 : 
2024-09-24 18:00:00
수정 : 
2024-09-28 22: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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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방구석 공방- 70화 ‘테이블탑 미니어처 게임의 세계’]

테이블탑 미니어처 게임
테이블탑 미니어처 게임

‘테이블탑 미니어처 게임(Tabletop Miniature Game, 이하 T.M.G.)’은 테이블 위에서 피규어들을 사용하여 진행하는 전략 보드게임입니다. 플레이어는 각자 자신의 군대나 팀을 미니어처 피규어로 구성해 특정 시나리오에 따라 대결하거나 목표를 달성합니다. 이 게임은 대개 정밀하게 제작된 미니어처 피규어, 다양한 지형지물, 그리고 복잡한 규칙을 따릅니다.

유닛의 수에 따라 수십개의 주사위를 사용한다. 100개가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유닛의 수에 따라 수십개의 주사위를 사용한다. 100개가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게임의 흐름은 주사위 굴림과 규칙서를 참고하여 진행되며, 전투를 시뮬레이션 방식으로 전략과 전술적 사고가 중요한데, 캐릭터의 능력, 위치, 전술적인 움직임 등이 게임의 승패를 결정짓습니다.

다양한 미니어처 게임 패키지
다양한 미니어처 게임 패키지

대표적인 TMG로는 워해머(Warhammer), 던전 앤 드래곤(Dungeons & Dragons, D&D), 스타워즈 리전(Star Wars: Legion) 등이 있으며, 이 외에도 수많은 테마와 설정의 게임들이 존재합니다. 또한 이 게임의 매력 중 하나는 자신이 직접 미니어처를 조립하고 색칠할 수 있다는 점으로, 많은 사람이 미니어처 제작과 도색을 취미로 즐기기도 합니다.

유닛마다 스펙 확인은 필수
유닛마다 스펙 확인은 필수

플레이어는 각자 자신만의 군대나 캐릭터를 통솔하며, 지형과 전술을 활용해 상대방과 싸우는 것이 게임의 핵심입니다. 미니어처 유닛을 유저의 취향에 맞게 조립하고 페인팅할 수 있고 이에 따라 게임 외적으로 모형제작이라는 즐거움도 함께 느낄 수 있습니다.

고퀄리티로 도색 된 미니어처는 게임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고퀄리티로 도색 된 미니어처는 게임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TMG는 취미와 게임의 경계를 넘나들며, 직접 만드는 과정에서 창의력과 몰입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취미 중 하나입니다. 지난 주말 테이블탑 게이머 ‘김용훈’씨와 게임즈워크샵(GW) 국내총판 ‘오크타운‘의 협업으로 합정동 오크타운 오프라인 매장에서 열렸던 ‘2024 워해머 40k 챔피언십 토너먼트’ 본선 현장을 통해 ‘TMG문화’를 들여다 봤습니다.

2024 ‘워해머 40k’ 챔피언십 토너먼트
2024 ‘워해머 40k’ 챔피언십 토너먼트
2024 ‘워해머 40k’ 챔피언십 토너먼트

<인터뷰이 : 테이블탑 게이머 김용훈>

“테이블탑 미니어처 게임은 쉽게 피규어로 스타크래프트를 플레이한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스타에 3개의 종족이 있듯이 ‘워해머’에도 고유한 특성, 외형적 이슈, 기믹들을 가진 종족들이 수십 가지가 있습니다. 그중 플레이어가 좋아하는 팩션(Faction, 종족)을 선택해 입문하게 됩니다. 스토리와 종족에 따라 스펙이 전부 다르게 구현되어 있고 메뉴얼도 달라집니다. 정확한 규칙과 지침에 따라 상대방과 게임을 하게 됩니다.”

플레이어들이 경기에 앞서 유닛 세팅을 하고 있다.
플레이어들이 경기에 앞서 유닛 세팅을 하고 있다.

“가장 인기 있는 ‘40K’와 ‘에이지 오브 지그마’를 예로 들면 전자는 진보한 과학기술력과 그에 맞는 기계들과 무기들이 등장하는 SF 장르이고, 후자는 용이 날아다니고 칼과 창, 마법이 등장하는 판타지 장르입니다. 이번 대회는 ‘워헤머 40k 토너먼트’인 만큼 스페이스 마린과 외계 종족 등 SF 캐릭터로 참가하게 됩니다.”

수십가지의 워해머 종족들 [게임즈 워크샵 홈페이지]
수십가지의 워해머 종족들 [게임즈 워크샵 홈페이지]

“국내 테이블탑 미니어처 게임 시장은 규모가 작아서 지금까지는 전국구 대회를 주최하는데 어려���이 많았습니다만, 이번에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개최 가능했습니다.”

유닛의 이동, 사거리 등은 자로 측정된다.
유닛의 이동, 사거리 등은 자로 측정된다.

“이번 대회 같은 경우는 본선 시드권을 각 지방 대표 게임장에 제공해 예선은 지역에서 진행하고 우승자가 서울에서 열리는 8강전부터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해 개최할 수 있었습니다. 또 Games Workshop(영국의 TMG제작 회사, 이하 GW) 국내 총판인 ‘오크타운’에서 직접 후원을 해주면서 관심을 받을 수 있었어요.”

테이블탑 미니어처 게임은 ‘룰이 강화된 체스’
스토리와 게임룰이 적힌 ‘Rulebook’
스토리와 게임룰이 적힌 ‘Rulebook’

“누구나 쉽게 입문하기에는 두꺼운 메뉴얼 ‘룰북(RuleBook)’을 숙지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어요. 예전엔 게이머가 직접 정보를 찾아봐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는데 지금은 커뮤니티가 활성화 되어 번역본이나 요약본을 정리해 공유하는 유저들도 있고 게임 규칙에 대한 정보들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습니다. 게이머들이 많지 않아 처음 시작하려는 입문자들에게도 상당히 신경을 많이 쓰고 일대일로 룰과 매너를 알려주기도 하고 비정기적인 설명회도 열고 있어요.”

전략을 고민 중인 플레이어
전략을 고민 중인 플레이어

‘룰이 강화된 체스’라고 생각하는 게 더 이해하기 쉬울 것 같은데 T.M.G.는 턴 방식으로 진행되며 각 턴에서 게이머의 일방적인 액션이 종료되면 상대가 이에 대처하며 행동하게 됩니다. 상대와 동시에 액션을 취하는 스타크래프트보다는 체스에 가깝다고 봐요. 심리전 그리고 전략을 짜는 재미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강력하게 미니어처 게임 입문을 추천해 드리고 싶네요.”

정확한 거리측정은 전략의 기본
정확한 거리측정은 전략의 기본

“스타크래프트에 빌드가 있듯이 T.M.G.도 종족 마다 어떤 유닛을 조합해 게임에 참여하느냐에 따라 플레이어마다 전략이 완전히 달라져요. 절대로 정형화된 일반적인 보드게임하고는 다릅니다. 일방적이거나 매번 똑같은 레퍼토리의 게임이 나오지 않죠.”

테이블탑 게임은 스포츠맨십 게임!
플레이어들은 계속해서 소통하며 원활하게 경기를 진행해간다.
플레이어들은 계속해서 소통하며 원활하게 경기를 진행해간다.

“북유럽이나 미국에서는 ‘테이블탑 게임은 스포츠맨십 게임이다.’라는 인식이 퍼져있고 국내 게이머들도 그런 마인드를 가지고 임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e스포츠와는 다르게 직접 사람과 사람이 만나 소통을 해야 경기가 이뤄질 수 있기에 커뮤니티나 게임장 오픈채팅방에서 대결 상대를 찾고 시간, 장소를 잡고 만나 게임을 하게 됩니다. 그만큼 매너가 중요합니다.”

게임진행 과정
소대규모로 작전중인 스페이스 마린
소대규모로 작전중인 스페이스 마린

“매 경기 정확한 유닛 포인트가 주어지는데 보통 정규전은 2000포인트가 책정됩니다. 보병 5마리가 100포인트인 것도 있고 10마리가 100인 것도 있어요. 2000포인트 안에서 유닛을 구성하는 거죠. 최소한의 구성을 하게끔 만드는 요소는 존재하지만 졸병으로만 다 채울 수도 있고 기갑병단으로만 포인트를 채울 수도 있어요. 전력 구성에 있어 자유도가 높아요.”

2차대전 컨셉의 종족도 있다. 유닛은 모델러가 커스텀을 할 수도 있다.
2차대전 컨셉의 종족도 있다. 유닛은 모델러가 커스텀을 할 수도 있다.

“이렇게 구성하는 단계를 ‘로스터를 짠다’라고 표현하는데 로스터를 공개하고 약속을 잡기도 하고 게임을 오픈하는 경우도 있어요. 게이머들의 선택이죠. 오늘은 본선 대회가 열리는 만큼 모든 게이머에게 로스터 공개를 시켜드립니다.”

주사위를 정리중인 플레이어
주사위를 정리중인 플레이어

“매 턴 마다 주사위를 굴려 행동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데 주사위 결과는 공격 성공, 방어, 피해량 등을 좌우합니다. 예를 들어, 주사위에서 특정 수 이상이 나와야 공격이 성공할 수 있어요. 방어도 주사위로 결정됩니다. 성공적인 공격은 상대방 유닛에 피해를 입히며, 피해량에 따라 미니어처의 체력이 줄어들게 되는 식이죠.”

사정거리를 확인 중인 플레이어
사정거리를 확인 중인 플레이어
여러 방식으로 즐기는 테이블탑 미니어처

“미니어처 게임을 즐기는 방법은 게임, 컬렉팅, 페인팅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는데 게임에 있어서 페인팅은 부가적인 요소예요. 이 부분이 사실 입문 장벽으로 잘못 이해하는 경우가 있어요. 페이팅을 권장하는 거지 강요하진 않습니다.”

근세군인, 스파르탄 등 다양한 종류의 테이블탑 게임 [오크타운 전시중]
근세군인, 스파르탄 등 다양한 종류의 테이블탑 게임 [오크타운 전시중]

“물론 공인 이벤트에서는 당연히 GW 자체 페인팅 기준이 있긴 합니다. 공인대회를 제외하고는 페인팅 없이 게임만 즐기는 것도 가능하죠. 물론 페인팅이 된 유닛들이 게임판 위에 있으면 느낌이 확실히 다르긴 합니다.”

좁은 골목으로 무리지어 들어오는 유닛들이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좁은 골목으로 무리지어 들어오는 유닛들이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턴이 계속 될수록 적과의 거리도 좁혀지고 적에게 둘러싸이면서 한편의 박진감 넘치는 디오라마가 연출되는 것을 보는 재미는 덤입니다.”

페인팅으로 즐기는 테이블탑 미니어처
페인팅으로 즐기는 테이블탑 미니어처

“그래서 게이머 중 헤비유저들은 페인팅을 의뢰를 맡기기도 하고 컬렉터들도 손수 페인팅이 안 되면 의뢰를 하기도 합니다. 게임, 컬렉팅, 페인팅 이 3가지 영역이 모두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어요. 그만큼 테이블탑 게임 미니어처의 즐기는 폭이 넓다고 볼 수 있죠.”

‘진격 앞으로!’
‘진격 앞으로!’

“‘워헤머 40K’는 87년부터 거의 40년이 다 되어가는 미니어처 게임인 만큼 그 역사가 정말 길어요. GW(게임즈워크샵)에서 소설 작가들을 고용해 스토리를 만들 정도로 세계관이 정말 방대하고 매력적이에요. 국내에 GW 한국지사가 공식적으로 들어온다는 소식이 있어 기대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스페이스 마린과 타이라니드 [게임즈워크샵 홈페이지]
스페이스 마린과 타이라니드 [게임즈워크샵 홈페이지]

“공식��으로 한글 룰북이 나오면 신규유저들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미니어처 수급도 좋아지겠죠. GW에서 게임의 패치를 한번씩 하는데 그때마다 룰이 바뀌거든요. 한글화가 되면 그만큼 진입장벽도 낮아질 거라 봐요.”

하나 둘 생겨나는 게임장

최근 전국 곳곳에 테이블탑 게임장이 하나 둘 생기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서울의 ‘매드 포 미니어처’, ‘플레이테이블’, ‘올드 다이스’, 인천 ‘플레이이너프’, 부산 ‘Time to Dice’, ‘하비카페에이스’, 용인 ‘타이거 케이브’, 대구 ‘대구 미니어처 워게임’, 청주 ‘가운데땅’, 파주 ‘장단콩’이 대표적입니다.”

플레이테이블 ‘말리폭스’ 대회
플레이테이블 ‘말리폭스’ 대회

“그중 서울 청량리에 위치한 ‘플레이테이블(놀탁)’은 말리폭스, 히스토리컬, 스타워즈, 미들어스(반지의 제왕), 던전 드래곤, 마블 등 워해머 외의 게임들 위주로 운영하고 있고 10월 19일 ‘말리폭스 대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140분 시간 제한 / 3라운드 / 스위스 라운드
140분 시간 제한 / 3라운드 / 스위스 라운드

말리폭스는 2009년에 출시된 미니어쳐 게임으로 서부극, 스팀펑크, 민간 설화등에서 따온 설정들로 가득한 매력적인 게임입니다. 다른 미니어쳐 게임과의 가장 큰 차별점은 주사위를 굴리지 않는 게임으로 각종 판정을 카드를 이용하여 진행합니다. 말리유저라면 140분 시간 제한 3라운드, 스위스 라운드로 진행될 이번 대회를 놓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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